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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 조회 3526
  • 2014.11.0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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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찍은 광화문                                                                                      2014  10  29

 

 

                          다시 걷는 광 화 문 

 

 

집에서 볼일 보러 나가려면 하루에도 몇 번을 경복궁 앞 광화문과 광화문 네거리를 지난다. 광화문 현판을 보며 삼청동 쪽으로 걸어가 밥을 먹기도 한다

걷다보면 여러 상념이 떠오른다

 

어느 해 사라졌지만 중앙청 육중한 돌건물이 있었다

평양에서 내려온 아버지가 중앙청 상공부 연료과장으로 스물 아홉에 어머니와 그 중앙청 홀에서 결혼식을 올렸었다. 왜 그 곳을 결혼식장으로 내주었느냐는 기사가 당시 났었다는 말도 들은 것 같으나 지날 적마다 신랑이 얼마나 미남이었는지 하객들이 깜짝 놀랐었다고 하던 어머니 친구들 말을 떠올리며 내가 보지 못한 그 식을 상상하고 부모님 푸르게 젊었을 생각을 한다

 

일제시대에 지었다는 이유로 어느 날 사라지기 전 나는 미국 친구 일본 친구들에게 그 곳을 안내해 주곤 했었는데 거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미국 친구가 국무성에서

그 후 서울의 미대사관으로 부임해 와 그 광경이 통째 사라져 버린 것에 몹시 애석해 했다. 다른 곳으로 옮기어 나라의 역사가 보존되고 역시 없애 버린 일본 관광객들이 꼭 보던 건너편 벽돌로 지은 경기도청과 함께 관광 차원에서라도 어디에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그 현판을 뒤로 하고 서서 세종로로 불리는 광화문 일대를 찬찬히 바라다 본다

어려서부터 지나 다닌 내 고향 마을이다. 지난 명절에도 시골 고향에들 가는게 부러워 나는 갈 데가 없네 라고 한탄했지만 오랜 미국에서 그리워 하던 이 고향을 생각하며 여기에 몸 담은 것을 감사로 돌렸다

 

어려서 효자동까지 타본 적이 있는 전차길이 없어졌고 정들였던 오래된 은행나무 가로수 길도 눈에 선하기만 한데, 이제는 이벤트나 시위성 모임을 하는 휑한 광장이 되어 버렸다. 시위가 있는 날 택시를 타면 한참을 정체하여 속이 타기도 한다

 

세기적인 순간도 있었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에 우리 모두는 얼마나 행복하고 가슴벅찼었던가 한참 된 것 같은데 불과 석달 전 일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도로 일상의 번민으로 되돌아갈 것을 예측 못한 건 아니었으나 역시 그렇게 되었다

 

저 아래, 광화문 사거리로는 세월호 관계인들이 세운 텐트가 늘어서 있다

저들이 큰 슬픔을 맞은지 여섯달인데 그것도 한참 전의 일만 같다

어떻게 해야 저들의 마음이 좀 위로되고 가라앉을 수 있을까

어찌 해야 덕지덕지 구호가 사라지고 거기를 걸어가는 시민의 미음이 가라앉을 수 있을까. 특별법과 저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평화로운 마음이 될까

 

택시로 그 옆을 지나면 기사는 꼭 '그간 국민이 얼마나 애도를 했는데 저렇게까지-' 라는 말을 한다. 동족으로 당연히 깊이 생각해 주어야 할 일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1968년 세워져 여전히 우뚝 서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한때 우스개 소리로 국제극장 간판을 종일 내려다 본다고 했는데 이젠 엄청나게 불어난 차량들 오염 속에 늘어선 천막들을 보시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어려서 빵하나를 먹으면 그리도 행복했던 덕수 제과, 크라운 제과도 안보이고 중학교 친구와 방과 후 손잡고 걸어가다 그의 한옥 대문을 삐걱 밀고 들어가 물 한잔과 과일을 먹고는 다시 우리 집으로 가던 내수동 한옥 동네는 이제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매일 보아 온 광화문 일대도 그러고 보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늘 걷는 광화문이지만 뉴욕의 맨하탄 거리나 파리의 샹젤리제, 런던의 피카딜리 광장, 도쿄 긴자 주말의 보행자 천국에서 신문 보던 생각을 하면 우리의 중심 거리, 광화문은 차량 위주이지 보행자 위주는 아니다

그러나 그 뜨거운 여름날 온화하고 평화로운 교황의 미소와 그 축복을 듬뿍 받은 자부심으로 그리고 늘 기대려는 맘에서 이제는 독립하는 마음으로 허리를 좍 펴고 걸어본다

 

이 땅에 내가 살아 온 순간들에 변하여 온 사회의 역사와 땅의 역사 그리고 변화될 앞날을 생각하며 내 고향 광화문을 다시 걷는다

 

 

 

 

                     부모님이 그때 푸르게 살아서

                     저 자리에서 결혼식 했던 거 맞나

 

                     12년을 덕수교 여중고로 매일 걸었고 

                     저기 세종회관 앞에서 버스 타고

                     대학을 다녔던 거 맞나

 

                     굵은 은행나무들이 저기 죽 서 있었던 거 맞나

 

                     교황님이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우리와 이 나라에 평화가 오기를

                     세계에 전쟁이 없기를 기도하셨던 거 맞나

 

                     저기 네거리

                     저렇게 천막을 치고 단식과 농성으로

                     지쳐 있는 저들의 생각은 맞는 것인가

 

                     그 모든 기억이 혹 내가 꾼 꿈은 아니었을까

                    

                     뒤돌아 보고 앞날을 보는

                     이 순간마저

                     깨어나면 또 하나의

                     꿈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다시 걷는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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