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꿈 같은 노트르담 사원의 바로 옆, 세느 강에 걸친 짧은 다리를 건너면 거기에 책방을 넘어선 유명한 책방이 있다
오른편 세느강을 건너자마자 거기에 있는 걸 늘 반대편 골목에서 찾고 헤멨었다
한 남자의 꿈과 집념으로 이루어진 이 서점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그간 'Before Sunset' 'Julie & Julia' 영화나 지난 해 우디 앨런이 만들어 화제가 된 'Midnight in Paris' 에 등장하기도 했다
서점 일층의 바닥이 스무 평도 안되 보이고 계단도 명성에 비해 비좁기만 한데 들어서면 책이 바닥서 천정까지 빼곡히 꽂혀 있는 것이 보는 이를 압도하지 않고 느슨하여 푸근하고 전에 여러 번 와본 듯 정겹다
일찌기 파리에 유학 온 미국인 죠지 휘트먼 George Whitman은 이미 미국 선교사 딸인 실비아 비치가 세워 James Joyce 의 Ulysses 책까지 출간하고 헤밍웨이, 스타인, 핏제랄드, 엘리옷, 파운드가 드나들던 책방을 닫게 되자, 그 맥을 이어 1951년에 열었고 그 서점은 많은 영미 작가와 영미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사립 도서관이자 파리 속 예술가들의 안식처가 된다
얼마 전 99세로 간 죠지 휘트먼의 딸 실비아가 펴낸 32쪽 책자에 보면 책과 독자와 작가가 그의 삶의 전부인 아버지에게 글을 써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쓴 연애 편지 몇 통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이 책방을 작가가 소설을 쓰듯 창조했다 각 방을 소설의 각 챕터처럼 만들었고 사람들이 서점의 문을 책을 펼치듯 열고 들어오는 게 좋았다. 그들의 상상 속 마술 세계로 인도해 주는 그 책' 이라고 했다
젊어 보스톤 대학을 나와 남미로 갔던 그는 고열로 아프게 되었는데 길에서 본 모르는 사람이 집으로 데려가 낫기까지 치료해준 관대함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 영감으로 서점 1층 벽에는 '낯선 이를 박대하지 마라 위장한 천사일지 모르니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라고 쓰여져 있다
2층 3층 책장 곁에 베드를 놓고 작가 예술가 지식인들을 재웠고 서점의 일부는 도서관으로 누구나 고서를 볼 수 있게 했다. 빌려간 책이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책을 파는 것보다 독자와 작가의 공동체가 더 중요했다
노트르담 곁으로 오기 전에는 16세기 건물로 수도원이 있던 자리였는데 그는 늘 '중세기 수도원에는 해가 지면 불을 붙치는 일의 수도승이 있었다
지금 여기서 나는 그 불을 붙치는 수도승이다 그것이 인생의 내 겸허한 역이다' 라고 했다
그 곳에 묵은 작가들에게 죠지 휘트먼은 일요일 아침, 팬케잌을 만들어 주었고 4시에는 티 타임을 가졌다
커텐은 가운데가 아닌 양 옆으로 있어야 하고 2층 한쪽에는 극장 의자 한 줄이 놓여 있었다. 책이란 상상의 산물이니 책방은 당연히 그 상상력을 극장처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의 거의 매일을 나는 걸어서 거기를 갔다
그가 첨부터 매주 누려온 문학 행사 중 런던에서 온 여성 소설가의 이벤트도 참석했다. 노트르담 거대한 사원이 바로 앞에 보이는 서점 앞 좁은 길가에 80여 명이 빽빽이 둘러 앉았고 토크와 진지한 토론 후 두터운 책에 작가가 사인을 했다
어려서 아빠 서점에서 놀던 실비아 휘트먼이 행사에 왔고 매력이 배우 맥 라이언을 넘었다. 마침 손에 있던 내 어머니의 영어 시집을 그 손에 쥐어 주었다
67세에 낳은 딸에게 그는 이 서점만의 독특한 사랑받는 경영을 가르쳐 주었고 서점 위 아파트로 은퇴하며 그가 '파리 월 스트리트'라 불렀던 서점 문 판에 '어느 수도원에나 어스름에 불을 붙치는 이가 있었고 나는 50년 너머 그것을 했다
이제는 딸의 차례' 라고 써 붙치며 그 보석 같은 전설을 잇는다
유명 작가들과 하는 문학 페스티발이 열리고 2011년 부터는 파리 문학상이 주어진다
죠지 휘트먼
자신이 좋아한 것을 열정의 가슴으로 이런 책방 왕국을 창조하고 헌신해 자신과 세계의 사람들을 즐겁게 한 이런 인물도 있다
작은 서점을 열고 관리하는 것이 시와 소설을 창조하는 것과 똑같은 창조라고 믿었고 그 꿈을 사람들은 지난 63년 믿어 주었다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프랑스가 배경이었고 그의 전심이 그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을 것이다
그의 마음은 내 마음도 달래주었다
떠나온 조국은 침울했고 온지 며칠이 안되어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 세기적 소매치기에게 한달 쓸 돈지갑을 몽땅 털렸다
거기에 책과 작가와 독자를 진정 사랑한 한 남자의 스피릿이 살아 있었고 그 문지방을 넘나들던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옷의 손때 묻은 책과 발자취가 있고, 위대한 영성의 건축과 흐르는 세느 강을 거짓말처럼 바라보며 책방 옆집에서 샐러드와 맛난 바게트를 아껴 먹었다
바게트를 떼며 대학 다니던 신촌, 서점이 하나씩 닫히던 생각이 났고 내 고향 서촌 마을에 사라져간 정겹던 두 서점이 떠오르고 거기에 수 십년 버티던 '대오서점'이 최근 카페가 되어버린 생각이 났다
어려서 박기당 만화를 신나게 보던
내 고향 서촌의 그 책방은 어디로 갔을까
원하던 책을 다음날이면 가져다 주던
그 맞은 편 책방은 또 어디로 갔을까
긴 머리 휘날리며 들리던 학교 앞
그 책방은 어디로 사라져 간 것일까
여기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내 기도가 아직 남아 있는 노트르담 속에서
사방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고요히 바라보면
신부의 미사가 내 귀에 샹송 같이 들리는데
얼굴은 바뀌었어도 사랑은 바뀌지 않은
세느의 연인을 다리에서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면
거기 내 잃었던 책방 하나 꿈같이 섰으니
마음 한 구석 떠나지 않고 있던 그 마음 한 조각 튀어나와
오래 전
그 문향을 마주하는
간절한 노트르담 앞
세느강 곁의
그 남자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