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 6 18
살아남은 者
졸지에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살아남은 사람은 절망한다
사랑은 영원할지 모르나 사랑하는 사람은 언젠가 간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갑작스런 것이라면 가슴이 무너지고 마음이 찢어질 일이다
같이 한 기간이 길수록 절망스럽다고도 하지만 그것이 열다섯살의 자녀라면 더 할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퍼하는 것을 가까이서 멀리서 만 20년을 나는 보았다 섬세한 시인 어머니의 슬픔을 더하게 할 수가 없어 아버지 잃은 내 마음의 슬픔과 서러움을 말이나 표정으로 긴 세월 나는 참고 표현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쟁이나 지진, 산사태나 홍수 사태, 탄광의 무너짐 같은 세계의 사고나 사건을 접하게 되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생각하게 된다
수시로 나오는 세월호의 아이들 보도를 접하며 그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헌신하던 교사들과 희생한 승무원의 뉴스도 접했다
그 마음을 표현할 길은 없다
그러나 동시에 환갑 기념으로 가던 동창생들, 오랫만에 오래 전의 신혼지로 가던 부부, 외국인들 그리고 그 외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왜 보여주질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생명이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똑같이 기막힌 일인데 단원고 학생들 위주로 나온 감이 있다
물론 이해는 한다
멀리 떠나 있어 국내 뉴스를 보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돌아오자마자 뉴스를 켜니 남편 잃은 어느 부인의 이야기가 다큐로 나오는데 일반인의 이야기는 처음이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가지 않고 먹지도 않고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고 울고만 있다 주위에서 정신과로 데려가도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흔히 극단적인 케이스만 화제가 되고 미디어에 나온다
그러나 천애 고아가 아니고도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지독한 가난이 아니고 최악의 불우 이웃이 아니고 곧 가게 생긴 암 환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도 주위의 동정과 관심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도 절실히 기도가 필요하다
그때 어머니는 거의 쓰러지시어 6개월 이상을 입원하셨다
아무리 아파도 당장 나오는 게 없으니 신경과로도 보내졌다
신문 귀퉁이 부고란의 나이가 아버지보다 적은가 많은가를 보시며 눈을 적셨다
아 그런 마음의 극복은 적어도 10년이 너머 걸리는 일이다
최근의 살아남은 자들에게 집단 심리치료를 해야느니 늦었다느니 말들이 있다
그것도 좋지만 그러나 결국은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다
글쎄, 치유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일기든지 편지든지 글로 써 보기를 권한다
어떤 형태의 예술도 다 좋을 것이나 나는 우선 문학을 권하고 싶다
열일곱부터 시를 쓰신 어머니는 그러나 사랑하는 이를 잃고 그 시의 붓을 놓았다
몇 해 후 그 무너지는 감정을 한 줄의 시로 수 백수 짓게 되었고 바다 건너 일본 국민은 그 시비를 세우고 한일 정상 회담 시에 두 정상은 시인의 평화의 시를 읊으며 그 진실된 정신을 되새기게 된다
시 한 줄로 스스로도 치유하고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까지 물론 여러 세월이 걸렸다
세월호는 아주 슬픈 일이나 그걸 딛고 일어서 언젠가 눈부신 정신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기를 나는 고대한다
그럼으로 훗날 그 때 그 고통이 이런 위대한 작품의 씨가 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날을 나는 바라다 본다
이제부터의 본론의 삶을 "글로 치유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빈다
최근 살아남은 者들에게 내가 드릴 수 있는 최대의 위로의 마음이다
물조차 넘길 수 없이 비탄에 빠졌다
다시 일어서 보는
그대의 10주기
먼저 간 그대가 행복이네
살아남은 자의
이 뼈아픈 사정 그 누가 알까
손호연
그대에게선
위대한 창작품이 나올 것이다
큰 고통 밑거름 되어
이 혹독한 시련이 다하면
눈부시게 빛날
그대를 상상해 보네
이승신
'그대여 나의 사랑의 깊이를 떠보시려 잠시 두 눈을 감으셨나요'
일본인들이 1997년 세운 손호연 시비 - 최북단 아오모리 태평양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