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2014 5 5
가지치기
우리나라의 가지치기가 된 나무를 보면 슬프다 그래서인지 외국에 가면 인간이 손을 댄 나무의 모습에 눈이 간다
왼편의 두 사진은 세월호 이야기를 24시간 매일 듣기 한 달도 전에 핸드폰으로 찍은 것인데 녹빛 잎새가 있을 때도 좋지만 한 겨울을 지나 초봄까지 벌거숭이일 제도 인간의 손길이 닿아 푸른 하늘로 마음껏 뻗어가는 가지 그 자체가 예술이다
잎이 많이 나올 때는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나목으로 하늘을 향한 그 섬세한 모습을 보면 마치 춤을 추는 듯 해 그런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온 티를 내며 사진을 누른다
이렇게 정교하게 하려면 전문가의 손일 것인데 우리는 시청이나 구청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용직을 써서 대강 지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그걸 지시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설마 저리 댕궁 자르라고 지시할 것 같진 않은데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던가 '알아서 바짝 잘러 어차피 다시 뻗쳐 나올 것들이니' 라고 한 것은 아닐까
나무도 가엾지만 그걸 길에 나가면 보아야 하는 인간도 가엾다 나무는 그냥 물건이 아니고 움직이지는 못하나 엄연히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가지를 친다는 것은 나무가 제대로 잘 자라갈 수 있도록 틀을 잡아주고 보기에도 좋도록 되도록 아름답게 하는 것일 게다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고 아픔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저리 무지막지하게 잘라버리면 너무 안됬고 시각적으로 보기에 께름직하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전문 지식과 그 분야에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이겠지만 그보다 그 일이 좋아서 진실된 관심과 애정으로 대하는 사람일 것이다
결국은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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