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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學園' 이야기

  • 조회 3921
  • 2014.06.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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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2014   2   2

 

  

  '학원學園' 이야기

    

외국에서 돌아와 주로 언론인 출신들의 글방을 운영하시는  한국일보 출신의 김승웅 선생이 고교에서 작문을 가르치며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교재로 하는데 오랫만에 그 단편을 다시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글의 힘'은 진실로 쎄군요

애국이란 정말 '마지막 수업'의 선생님처럼 그렇게 가르쳐야 하는 거네요

언어나 모국어를 생각할 때면 그 글 생각이 늘 납니다

 

여고 시절, 교실에서 단편이나 수필 등을 읽게 하려면 선생님이 “누가 읽을까~” 하면

친구들이 “이승신요 !” 하여  앞으로 나가 읽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국어 교과서의 같은 작가의 '별'도 좋았고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도 좋았지요  


제 집 바로 뒤 인왕산 서편 끝에 사람의 옆 모습을 한 큰 바위가 있어 매일 걸으며 바라보면 기분이 참 좋고  호손의 단편 그 '큰 바위 얼굴' 생각이 볼 때마다 납니다

그때 읽었던 작품들은 아직도 가슴에 살아 있습니다

 

지금은 폐간되어 없어진 청소년 잡지 월간 ‘학원’ 學園 을 복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감동이 되었습니다  그 잡지가 나오는 날엔 서로 먼저 사려고 줄을 길게 섰었습니다

 

지난 해 갑자기 학원에 실렸던 제 글을 봐야 할 일이 생겨 누군가 국립 도서관에 가면 있다고 해 택시를 타고 국립도서관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달리며 ‘아  참  학원 표지에도 났었지' 혼자말을 하니 그 기사가 ‘학원’ 표지라는 말에 놀라며 뒤를 획 돌아보더니 “아니 학원 표지엔 최고 인기 배우나 났었는데 대체 누구세요?” 하는 게 아닙니까

 

젊어 보인다고 생각한 기사가 학원 잡지를 알고 있는 것에 놀랐고 또 그걸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에도 저는 놀랐습니다.

 

작가 황석영은 후에 받은 그 어느 문학상보다 ‘학원’상 받았던 걸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택시 기사가 많이 놀라는 걸 보고, 갑자기 내가 학원 표지 모델로 났던 거 맞나  그때 문학상 받았던 거 맞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해인지도 모르고 흑백 필름 거꾸로 된 것을 국립도서관 한 방에서 돌려가며 찾는 것인데

해가 지도록 여러 시간을 돌리다 지쳐 포기할 즈음에야 드디어 1964년 1월호 ‘학원’ 문학상 우수상 5명 가운데  제 이름과 단편이 2 번째로 나온 걸 찾았습니다.


제 뒤로는 생각지도 못한 정호승이 빡빡머리로 5번째 실려 있더군요

글에만 집중했다면 정호승 시인보다 앞서갈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살짝 스쳤습니다

 

적어도 당시 학원 심사위원 김동리 선생에 의하면 제가 앞선 걸로 되어 있었으니까요 

매번 유치한 글에 칭찬해 주시던 김동리 선생 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납니다

그때 김동리 선생을 직접 뵙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학원사에서 학교로 보내온 커다란 은컵상을  정경화나 정명화 선배처럼 노천극장 3000명 동문들 앞에서 받는 건데, 그 해 1월 얼마나 춥던지 난로를 땐 교직원실 100여명 선생님들 앞에서만 여성 교장 선생님께 수줍게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친구분이 집에 오시면 그 은컵을 보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이제 돌아보면, 글짓기 공부 따로 한 적이 없었지만 제 속에 자신감을 좀 넣어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문학 작품들로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마음을 자라나게 하고 그런 든든해진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그런 잡지가, 이 시대 청소년들을 위해 복원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나라의 기본과 기강을 다시 세우자고 외치는 이즈음, 그것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다잡고 바로 세우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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