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8
꽃이 된 하트
일본의 천년 수도였던 교토의 천황이 살던 고쇼는 내가 머무는 호텔 바로 앞에 있다
몇 해 전 교토에서 가는 곳마다 벚꽃이 다 져버렸는데 우연히 길 건너 산책하러 들어간 고쇼 속, 한참을 걸어 제일 끝에 열 몇 그루가 눈부신 화려한 핑크로 그것도 20여 미터의 큰 키와 땅끝까지 내려온 가지마다 맻힌 꽃 알알이 선들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그게 그저 나무가 아니오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 그 자체로 다가와 놀란 적이 있다
다른 꽃보다 늦게 피는 고쇼의 꽃은 디른 데가 다 지고 가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또 우연히 그 중에서도 더 눈에 띄고 더 찬란한 벚나무를 보고 나오다 아쉬워 다시 뒤돌아보니 저 뒤끝에 숨겨진 나무통이 흉하게 터지고 상처투성이여서 그가 피워내고 온 몸 다해 높이 떠받치고 있는 화사한 꽃을 새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적이 있다
스고이 우쯔꾸시이 ~ 아름답다는 찬사는 물론 인적조차 전혀 없는 한겨울 그 곳에 간 김에 일부러 찾아가 본 적도 있다 분홍빛이 없는 나무는 알아볼 수도 없이 초라해 그 주위를 한참이나 찾았다 아무 것도 없는 뿌연 몸에 여기저기 터진 나무 둥치가 거기 서 있었다 이 나무가 지난 봄 쏟아져 내리던 분홍빛 그 나무 맞나 싶었다 그 이야기를 지난 겨울 나는 글로 썼다
다시 새 봄
벗은 몸으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만의 작품이 어김없이 대지에 또 펼쳐진다 반가운 손짓을 내게 했고 나도 화안히 웃어 주었다
키도 크고 옆으로 뻗친 꽃가지도 너무 넓어 사진 하나에 그를 다 담을 수가 없다 여러 각도에서 찍다 여직 못 보았던 새로운 것을 또 발견하게 된다
내 앞에 좍 펼쳐진 앞면의 왼쪽 모퉁이에 서니 내 앞에 갑자기 커다란 분홍빛 하트가 한아름 눈에 들어온 것이다 지난 번 못 보았나 아니면 매번 다른 형태로 피어나는가 와 하며 놀라는데 내 귀에 '사랑 사랑 사랑' 바람에 살랑이는 소리가 엷게 들려온다 김동길 선생이 언젠가 감옥에 있는데 매일 들리던 새소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 사랑 ~' 하는 소리로 들리더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많은 일본사람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다들 못알아보는 듯 해 1미터만 떨어지면 커다란 하트로 된다고 알려주었다 아 정말 그러네 - 하며 화안한 웃음들을 짓는다 공통의 화제로 기뻐한다 큰 하트를 담아 그들의 사진을 다시 찍어 주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떼며 나오다 다시 저만치 그를 뒤돌아보니 바람에 살랑이며 여전히 '사랑 사랑 사랑' 이라고 멀어져 가는 나에게 말했다
서울을 떠나던 새벽, 쌓였던 무거운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냈었다
'사랑 사랑 사랑 '
가장 어려운 주문을 그는 내게 하고 있다
돌아보면 세상 모두가 메세지
이 봄 내게만 보이는 꽃으로 피어난 하트의
그 깊고 어려운 메세지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부모를 보며, 동일본에서 3년 걸려 잠수부 자격증을 따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다 저 밑에 내려가 아내를 찾던 남자 생각이 났습니다
그 어린 생명은 분명 봄에 어여쁜 꽃잎으로 태어나 귀한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할 것입니다
옆으로 넓게 퍼진 그의 왼편 가지의 일부 헤일 수 없는 엄청난 꽃잎을 피워 올린 우측의 상처투성이 나무 본체 바람에 춤을 추며 땅끝까지 내려오는 하늘의 빛, 시다레 자쿠라 꽃으로 피어난 Big Heart - 교토의 고쇼 2014 4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