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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 조회 4299
  • 2014.02.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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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구 부암동  윤동주 문학관     2014    1   29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집에서 부암동까지는 걷기에 아주 상쾌한 거리이다 

더욱이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 1917 - 1945 의 문학관이 있고 그 옆으로 계단에 쓰여진 쉽고 서정적인 그의 시를 밟고 올라가면 자연스레 윤동주의 언덕이 되고 그의 시비가 나온다

 

문학관은 아주 아담한데도 첫 방의 만주에서 그의 얼굴을 비춰 보던 우물과 육필 원고를 보고 둘째 공간의 파아란 하늘과 바람을 맞고 마지막으로 침묵만이 흐르는 침침한 감옥같은 방에 앉았다 나오면 그와 그가 살았던 시대 그리고 그의 삶과 생각이 가슴에 들어오며 숙연해진다

어린 나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고 공동체와 우주를 사색하며 시로 표현했던 그를 우러르게 된다

 

나의 시집이 한일 양국에서 나오고 일본에서 가끔 그 시집을 들고 나를 찾아 오는 독자들이 있다

그러면 먼데서 온 것도 고마워 그들에게 '손호연 시인의 집'을 보이고 그리고는 같이 걸어 경복고 청와대 칠궁을 지나 왼편으로 시내를 내려다 보며 언덕받이를 오르면 거기에 새로 지은 윤동주 문학관이 있어 안내를 한다  그러면 자막도 없이 한국어로 나오는 영상을 보고도 알아들은 듯 하여 가슴과 가슴으로 전해지는 문학의 힘은 세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그 코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문학 사랑에 공감이 되었는지 소문이 좀 나 '이승신 시인과 함께 하는 산책' 이란 이름으로 몇 번을 함께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만난 일본 T S Elliot 학회 회장이며 교토 도시샤 同志社 대학 교수인 나카이 아키라씨의 안내로 지난 연말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그 대학 캠퍼스에 있는 시인의 시비를 찾았다

 

역사 깊은 이 크리스챤 대학은 오래된 채플과 본당 등 붉은 벽돌로 된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고 윤동주 정지용 같은 우리의 인물들도 다녔는데 최근의 일본 NHK TV  대하 드라마 '야에노 사쿠라' (여덟겹의 벚꽃) 로 더 유명해졌다   메이지 유신에 항거하여 미국 가는 비자도 거절받게 되는데 불법으로 배를 타고 가서 필립스 아카데미 고교와 앰허스트 대학, 앤도버 신학교를 나오게 된 니이지마 죠오가 세운 학교로 부인 오보카타 하루코가 메이지 유신에 항거하는 스토리가 최근 소설과 드라마로 리얼하게 그려져 그는 일약  '일본의 쟌다크'로 불리우게 된다

 

그 고색창연한 채플 바로 곁 좋은 위치에 윤동주 시비,  오른편엔 또 다른 우리의 사랑하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시비가 서 있다

좀 왜소한 감이 있고 일본인이 세운 게 아니고 한인 교우회에서 세운 거지만 나란히 있어 외로워 보이지 않고 멀리 타향에서 바다 건너 고향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시를 구상했을 시인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되고 현대의 엘리트 일본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시인을 통해 지나간 우리의 역사를 생각해 보는 순간도 그려보게 된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그 애끓는 심정을 절제된 간결한 시로 표현했던 우리의 시인 윤동주

그는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 

'별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쉽게 쓰여진 시'

거기에 보이는 한없이 착하고 순수한 마음은 우리를 진실되게 한다

 

성공한 사람의 과거는 비참할수록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는 살아서 시집 한권 내보지 못했고 한글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사상범으로 투옥되어 후쿠오카 싸늘한 감옥에서 스물 일곱에 갔다

그 순결한 넋이 그렇게 비참하게 갔고 그래서도 이 땅에서 그토록 사랑받는 시인이 되었다  

 

기막힌 반전의 삶을 보지 못하고 더구나 몇 달 후면 올 조국의 해방을 맞아 그 감격을 시로 지어보지 못하고 갔지만 영원의 순수함을 남기고 간 그 영혼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서 시 序 詩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교토의 도시샤 대학 채플 곁에 있는  윤동주 시비    -     201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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